인사발령

국립수산과학원 인사발령
감사 인사드립니다(고 박규호 동해수산연구소장 아내 올림)
작성자 조직인사과 작성일 2011-07-15 조회수 7,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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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아이들과 보잘 것 없는 저를 위해 애써주신 여러 지인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와 저희 가족들에게 지난 6월은 너무나도 잔인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려움으로부터 우리 가족을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았던 저의 든든한 남편 이었습니다. 다정하고 인자한 아빠로, 든든하고 믿음직한 남편으로 언제나 그 자리에서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생을 마감하는 그 새벽 그 시간까지도 내가 행여나 힘들까봐 걱정해 주던 손끝의 아련한 체온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 끝까지 당신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멍해 옵니다.

 여태껏 함께 살아오면서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고 괴로운 시간도 꽤 많았지만 모두 극복했고 요즘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늘 서로 얘기했었지만 조물주는 이렇게 소박한 바램마저도 져버리셨습니다.

 남편은 국가를 위해서 일을 하면서 제일 행복해 했었고 제 앞에서 불만의 목소리, 남을 험담하는 소리를 제 평생 들은 적이 없습니다. 항상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 대해 얘기했고, 행여나 섭섭한 일이 있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라고 말씀하셨지요.

 발인식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아홉 살 된 막내아들이 그러더군요. “엄마 이제부터 목욕은 누구랑 가요” 라고요. 그러면서 구슬피 흐느끼는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부족한 못난 엄마가 부끄럽고 미웠습니다. 어린 아들이 커 가면서 스스로 이겨내야 될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비록 영원한 이별의 시간이 저에게 조금 빠르게 다가왔지만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될 시간입니다. 뼈 속까지 쓰라린 죽음의 고통 속에서도 당신은 내가 힘들까봐 아프다는 투정 한번 안하고 참아냈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마음 한곳이 칼로 도려낸 것 같은 아픔이 밀려옵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요? 안타까운 저의 마음을 ...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기에, 바다 같은 넓은 마음을 가진 남자 중의 남자였기에... 장례식 때 당신을 위해 안타까워 해 주시고 애써 주시던 많은 친구분들과 선·후배님들, 농림수산식품부 소속 직원 여러분들과 동해수산연구소 가족분들, 가족, 형님들 또 멀리서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시던 여러 지인분들게 이 자리를 빌어서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한편으로 남편은 정말 복이 많은 사람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남편을 위해 애도해 주시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해 주시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누군가 제게 말하더군요. 당신은 욕심도 많다고. 두 딸의 생일날이 제삿날이 되었다고. 절대 날짜를 잊어버리는 일 없겠다고요. 언제나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웃어줄 것 같은 남편을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질 않지만, 이제는 아이들(박소영, 화영, 정우)을 위해 저를 도와주신 여러분들을 위해 꿋꿋하게 참고 잘사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꼭 건강을 회복해서 국가의 수산업 발전을 위해 다시 복귀하리라고 기대하고 또 기대했던 저의 남편 이었습니다만 이제는 모든 미련을 내려놓고 영원히 편안한 안식의 세계에서 걱정 없이 지내시길 빌겠습니다. 비록 장례식 참석은 못하셨지만 멀리서나마 고인의 영면을 기원해주신 여러 지인분들에게 마음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땅히 일일이 찾아뵙고 감사의 인사를 드림이 도리인 줄 알면서도 지면으로 인사드리게 됨을 용서하여 주시기 바라오며, 그동안 수고해 주셨던 수많은 농림수산식품부, 동해수산연구소 직원분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2011년 7월 6일

고 박 규호 동해수산연구소장의 아내 권 은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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